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에세이]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

https://tobedoctor.net/%ea%b2%b0%ea%b5%ad-%ec%82%ac%eb%9e%8c%ec%9d%b4-%ec%a4%91%ec%9a%94%ed%95%98%eb%8b%a4/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 - 투비닥터

올해 5월, 투비닥터에 들어왔다.

tobedoctor.net

 
올해 5월, 투비닥터에 들어왔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학교 사람들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제각기 다른 성격, 취미, 가치관, 그리고 꿈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더라. 그중 멋진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면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비교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도 어느새 비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활동  초반의 나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나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에 신경을 썼던 것 같다. 학교에서 동아리도 만들었고, 학생 기자도 했고, 잠깐이지만 스타트업 인턴도 해봤다는 등. 근데 계속 팀원들과 일을 하고 멋진 사람들과 인터뷰도 해보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사람이 중요하더라. 여기서 사람이란 평소 매너, 성실함, 책임감, 겸손함을 아우르는 인성을 뜻한다. 왜 사람이 중요할까?

우리는 꽤 치열한, 바늘구멍을 뚫고 의대에 입학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본과에 들어서면 이 굴레는 다시 시작된다. 천국 같았던 예과 시절을 뒤로 한 채, 다시 교실과 스터디 카페에서 매일을 보내야만 한다. 평소에 자주 만나던 중고등학교 친구들도 만남이 점점 소홀해지고, 남은 건 같은 학교 같은 과 동기들뿐이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반복되는 생활 패턴 속에서 우리는 시야가 좁아지게 된다. 팀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혼자 공부하는 관성 때문인지, 문제에 봉착하면 ‘팀워크’보다는 ‘개인플레이’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한다. 나 또한 본과 2학년이 끝날 무렵 PBL(Project Based Learning) 과목을 할 때 팀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혼자 머리를 싸맸던 경험이 불현듯 떠오른다.

시험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 원인을 공부에서 찾는다. 당연하다. 공부를 열심히 할수록 대개 성적은 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시험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 세상 밖을 나와 우리가 어떤 실패를 겪었을 때 우리는 그 원인을 ‘공부’에서 찾으려 하는 습관이 남아서 책을 통해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 실력 부족이 실패 원인의 전부가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건, 정말 사소해 보이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투, 행동 같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은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없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며 자신을 깊이 성찰했을 때 비로소 얻어진다.

배려하는 말투와 행동을 가진  사람은 실력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고 한다면 어디서든 환영받는다. 동료 대 동료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서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을 가까이 두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 글을 읽으며 비슷한 경험을 하고 공감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니 진로를 준비할 때, 너무 ‘hard skill’에만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그렇다고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니 오해하지 마라). ‘soft skill’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의대생들이 이 두 가지 능력을 조화롭게 쌓으며 학교 생활을 보냈으면 좋겠다.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아직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존경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가 운이 좋게 생길 때마다 모두 빠짐없이 ‘뛰어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되어라.’라는 조언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WHY에 대해 집중했다면, 이젠 HOW에 집중해 보자. 일단, 새로운 관계를 쌓는 것보다 현재 맺고 있는 관계를 먼저 보살피자. 만남이 줄어들었던 중고등학교 친구들도 다시 만나보자. 다른 학과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무엇이 고민인지 경청해 보자.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는, 그들이 귀한 시간을 내어준 사실에 감사한 마음을 꼭 가지자. 그리고 그 마음을 표현하기도 해보자. 짧은 쪽지나 선물을 건네주는 것이 처음엔 어색할 수 있지만 용기를 내어보자.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을 항상 되돌아보자. 회고 글을 블로그에 써보거나 조금 쑥스럽다면 자신의 메모장에 꾸준히 남겨보자.

의대생들에게 올해는 정말 두고두고 기억될 해일 것이다. 정말 부조리하고 몰상식한 정책을 펼치는 정부의 행태를 바라보며 허탈감도 많이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삶이 피폐해진다. 오히려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서 소홀히 했던 주변 관계를 좀 더 신경쓰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
 
 

created by ChatGPT with DAL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