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에세이] Fear always springs from ignorance

작년 9월,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영상의학회 정기학술대회에 동기들과 함께 참가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인공지능(AI)을 영상의학에 접목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발표되고 있었습니다. 미국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이 “두려움은 무지에서 나온다(Fear always springs from ignorance)"라고 말한 것처럼, AI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저는 그 순간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만약 AI가 의사를 비롯한 여러 직업을 대체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 저는 의학과 더불어 AI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본질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AI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먼저 머신러닝과 딥러닝이라는 용어부터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AI는 인간의 지능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의미하며, 머신러닝과 딥러닝은 그 연구 분야 중 하나입니다. 머신러닝은 컴퓨터가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규칙을 학습하는 알고리즘을 다루고, 딥러닝은 인간의 뇌를 본뜬 인공신경망을 사용하는 머신러닝의 하위 분야입니다. 최근에는 딥러닝이 전통적인 머신러닝보다 더 많이 활용되고 있어, 저는 딥러닝을 먼저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알고리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파이썬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히는 것이 필수적이라 판단해 파이썬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내가 과연 혼자서 이걸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때 마침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패키지법 강행으로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학교에 나가지 않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자유 전공 소모임 RATEL 내에서 AI 스터디 그룹을 결성해 함께 공부할 학생들을 모집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10여 명의 후배와 동기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고, 저는 스터디장으로서 책을 선정하고 학습 진도를 계획하며 모임 일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스터디는 올해 4월부터 <혼자 공부하는 파이썬>으로 파이썬 프로그래밍을 익히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 인공신경망을 쉽게 설명하는 <신경망 첫걸음>, 그리고 CNN(Convolution Neural Network)과 RNN(Recurrent Neural Network)을 다루는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딥러닝 1, 2>를 차례로 공부했습니다. 스터디원들은 각자 코딩한 흔적이 담긴 코랩(Colab) 링크를 카페에 공유하며 학습 과정을 인증했고, 예과 때 박정수 교수님이 사용하셨던 방법을 참고하여 어려운 개념을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해 노트에 적어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스터디를 몸소 운영하면서 AI뿐만 아니라 리더십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사람들에게 꾸준한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을지였습니다. 성적처럼 명확한 평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학습 의욕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식은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고, 멘토들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조언이었습니다. 저의 비전은 AI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변화를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었고, 이를 스터디원들에게 명확히 전달하며 학습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기초적인 AI 지식을 쌓은 후 본격적으로 실습 경험을 쌓고자 두 명의 동기들과 함께 고려대학교 의료빅데이터연구소에서 주최한 ‘K-MEDICON 2024’ 대회에 참가하였고, 운이 좋게 예산을 통과해 9월부터 10월까지 ‘방광암 WSI 기반 병리 보고서 생성 모델 개발’이라는 연구 주제로 대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배웠던 CNN과 RNN과 달리 현재 많은 모델에는 self-attention 메커니즘 기반의 Transformer 아키텍처가 주로 쓰이는데, 스탠포드 CS231n 강의와 여러 논문을 참고하며 이에 대해 추가 학습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디지털 병리학에서 쓰이는 WSI(Whole Slide Image) 파일 하나의 용량이 약 1~2GB라서 데이터를 다루기 전에 패치 단위로 자르고 특징을 추출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GPU 서버에서 이러한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단국대학교의 AI 연구 교수님께 자문하며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갔습니다. 직접 부딪히며 배운 경험 덕분에 학습 속도도 훨씬 빨라졌습니다. 이외에도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에서 개최한 ‘KoSAIM 2024 Summer School’에 참석하여 의료인공지능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새로운 스터디원을 추가로 모집해 보완된 커리큘럼으로 AI 스터디 그룹을 새롭게 구성했습니다. 이러한 스터디 활동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학교 내에 AI 학습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AI 공부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AI가 인간 수준으로 발전한 미래에 내가 세상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 링크가 AI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을 개발하여 신경질환 환자들을 돕는 것처럼, 저도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전 세계 환자들의 건강에 기여하는 의사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created by ChatGPT with&amp;amp;amp;amp;amp;amp;amp;nbsp;DALL&amp;amp;amp;amp;amp;amp;amp;middot;E